ETF 투자를 시작할 때 "지수만 따라가면 안전하다"는 막연한 믿음으로 시작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ETF를 단순히 안전자산 정도로 이해하시는데, 제 경험상 이건 절반만 맞는 이야기입니다. 2024년 들어 미국 시장에서는 기술주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시장 전체의 밸류에이션(Valuation)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밸류에이션이란 주식의 현재 가격이 기업의 실제 가치 대비 얼마나 높게 평가되어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일반적으로 ETF는 자동으로 분산투자가 되니 안심해도 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보유한 ETF 20~30개가 모두 같은 종목에 중복 투자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시장 순환과 ETF 전략의 변화
최근 시장 분위기를 보면 경계감이 상당히 높아진 상태입니다. 2024년 초반까지만 해도 AI 버블 논란이 뜨거웠는데, 역설적이게도 이런 경계감이 생겼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 신호일 수 있습니다. 버블이 진행 중일 때는 투자자들이 경계심을 갖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가 직접 투자하면서 느낀 점은 2023년 말부터 시장에서 순환매(Rotation) 현상이 시작되었다는 것입니다. 순환매란 특정 섹터에서 다른 섹터로 투자금이 이동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실제로 3개월 성과를 비교해보면 M7(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빅테크 7개 기업)이라 불리는 종목들의 성과가 저조한 반면, 배당주와 가치주가 상승하는 흐름이 나타났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S&P 500 지수를 추종하는 ETF만 보유하고 있었는데, 시장이 이렇게 변하니 수익률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경험을 했습니다. 국내 1인 투자자의 약 65%가 기술주 중심 ETF에만 집중 투자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출처: 한국거래소).
흥미로운 점은 작년 1등을 차지했던 하이베타(High Beta) ETF들이 여전히 변동성은 크지만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이베타란 시장 평균 대비 주가 변동성이 큰 종목들을 의미하며, 주로 AI 반도체 섹터에서 이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2025년에는 스페이스X 같은 유망 기술 기업의 상장 이벤트도 예정되어 있어, 기술주 투자 자체가 끝났다고 보기는 이릅니다. 오히려 지금은 성장주를 모아가는 투자자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는 구간입니다.
다만 조정이 온다면 어느 정도 폭을 예상해야 할까요? 요즘은 기업 실적이 좋아도 가이던스(향후 전망)에서 한 문구가 마음에 안 들면 주가가 10~15% 빠지는 경우가 흔합니다. 하지만 이런 조정은 오히려 추가 매수 타이밍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많이 조정받아도 20%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2022년 나스닥이 30% 이상 폭락했던 것과 같은 위기 국면은 당분간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배당주와 성장주의 균형잡힌 포트폴리오
제가 SCHD라는 ETF를 처음 알게 된 건 서학개미들 사이에서 "고배당 ETF의 성지"라는 평을 듣고 나서였습니다. SCHD는 단순히 고배당만 추구하는 상품이 아니라 퀄리티 전략(Quality Strategy)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퀄리티 전략이란 ROE(자기자본이익률)가 높고 잉여현금흐름이 우수한, 즉 현금을 잘 만들어내는 기업을 선별하는 투자 방식입니다.
실제로 2010년대에는 금융위기 이후 제로금리 시대가 지속되면서 퀄리티 기업들이 방어력을 잘 발휘했습니다. 당시 무역전쟁 이슈나 남유럽 재정위기 같은 이벤트가 있었지만 퀄리티 주식들이 하락장에서 버텨주었죠. 하지만 2020년 이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언택트 열풍으로 클라우드 테마가 떠오르면서 마이크로소프트, 브로드컴 같은 기업들이 퀄리티 카테고리에서 그로스(성장주) 카테고리로 넘어갔습니다. 그 결과 SCHD는 상대적으로 고배당 중심 상품으로 성격이 바뀌면서 2020년대 들어 성과가 주춤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다시 SCHD가 주목받는 이유는 기술주 밸류에이션 부담 때문입니다. 기술주가 너무 많이 올라 부담스러워진 투자자들이 대안으로 고배당주를 찾기 시작한 것입니다. 저도 이 흐름을 경험하면서 배당주의 중요성을 다시 느꼈습니다. 미국 자산운용사들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S&P 500 내 기술주 비중이 약 30%를 넘어섰으며, 이는 역사적으로도 높은 수준입니다(출처: 금융투자협회).
그렇다면 개인 투자자는 어떻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할까요?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전 세계 경제에서 기술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입니다. 일부 미국 시장에서는 S&P 500 히스토리컬 웨이티드(Historical Weighted) ETF 같은 상품도 등장했습니다. 이는 현재 시가총액 비중이 아닌 과거 10년 평균 비중으로 투자하는 방식으로, 기술주 쏠림을 구조적으로 완화하려는 시도입니다.
제 경험상 포트폴리오에서 배당주를 최소 20~30% 정도는 가져가는 것이 안전합니다. 가치주가 고배당주와 비슷하게 작동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배당주에 투자하면 자연스럽게 가치 투자 익스포저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다만 비트코인 가격이 최근 지나치게 하락하면서 청산의 폭포수 효과로 인한 추가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런 리스크까지 고려한다면 보수적으로 고배당주 70%, 성장주 30% 비중으로 가져가는 것도 좋은 전략입니다.
덜 오른 섹터인 고배당주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다행입니다. 키움자산운용에서는 이런 투자자 니즈를 반영해 S&P 500 75%와 SCHD 25%를 결합한 '비중 전환' ETF도 출시했습니다. 이 상품의 특징은 2040년 이전까지는 성장 중심으로 투자하다가, 2040년 이후에는 자동으로 고배당 75% 비중으로 전환된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하면 수익이 난 성장주를 팔 때 발생하는 세금 부담 없이 배당 중심 포트폴리오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금 투자에 대해서도 한 가지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최근 금 가격이 변동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이라는 느낌이 덜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금은 여전히 주식 리스크를 헤지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자산입니다. 많은 투자 전문가들이 포트폴리오의 10% 정도를 금으로 채우라고 권장합니다. 실제로 S&P 500 90%와 금 10%를 결합한 ETF 상품도 있어, 번거롭게 따로 매수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분산투자가 가능합니다.
저는 결국 ETF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수가 아니라 투자 전략을 몇 개나 커버하느냐라고 생각합니다. 시장 지수, 성장, 배당, 모멘텀, 하이베타 정도만 대표 상품으로 가져가도 충분히 투자 기회를 발굴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반도체 섹터를 추가하면 더욱 탄탄한 포트폴리오가 됩니다. 제가 실제로 포트폴리오를 점검하면서 느낀 체크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최근 수익률이 좋은 ETF만 모아놓지 않았는지 확인
- S&P 500이 -1% 빠질 때 내 포트폴리오가 -3~4% 빠진다면 중복 투자 의심
- 시장 변화에 대응할 전략(빠르게 추격 vs 흔들림 없는 구성 vs 중용)이 있는지 점검
일반적으로 ETF는 장기 보유만 하면 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반만 맞는 이야기입니다. 시장 국면에 따라 성과 차이가 크게 나타나기 때문에 최소한의 모니터링과 리밸런싱은 필요합니다. 중요한 것은 특정 ETF 하나를 찾는 것이 아니라 내 투자 목표와 기간에 맞는 조합을 만드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