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를 켜면 중동 정세가 심상치 않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옵니다. 저도 처음엔 '또 중동에서 무슨 일이 났나'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는데, 제 계좌를 확인하는 순간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단 며칠 사이 수익률이 두 자릿수로 빠지는 걸 보면서 '이건 진짜 내 돈 문제구나' 싶었거든요. 중동에서 벌어진 일이 왜 제 포트폴리오를 흔드는지, 그리고 이럴 때 어떤 ETF를 봐야 하는지 제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해보려 합니다.

호르무즈 해협이 왜 문제인가
중동 전쟁이 터질 때마다 시장이 요동치는 이유는 바로 호르무즈 해협 때문입니다. 여기서 호르무즈 해협이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좁은 수로로, 전 세계 원유 해상 운송의 약 30%가 이곳을 통과합니다(출처: 미국 에너지정보청). 쉽게 말해 중동에서 뽑아낸 석유를 실은 배들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병목 지점이라는 뜻입니다.
실제로 이번 사태 때 국제유가(WTI 기준)가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서면서 저도 좀 긴장했습니다. 제가 보유한 에너지 섹터 ETF가 단기간에 10% 넘게 오르긴 했지만, 전체 포트폴리오로 보면 다른 자산들이 동반 하락하면서 결국 마이너스였거든요. 특히 우리나라처럼 원유를 거의 100%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는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흥미로운 건 이란의 실제 원유 생산량입니다. 이란은 확인 매장량(proven reserves) 기준으로는 세계 2위지만, 실제 하루 생산량은 약 500만 배럴로 전 세계 생산량의 5%에 불과합니다. 여기서 확인 매장량이란 현재 기술과 경제성으로 채굴 가능한 석유의 양을 의미합니다. 반면 미국은 하루 2,000만 배럴을 생산하고, 사우디와 러시아가 각각 1,000만 배럴씩 생산합니다. 그러니까 이란 자체의 생산 차질보다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더 큰 변수라는 겁니다.
과거 전쟁 때 주식시장은 어땠나
역사를 돌아보면 전쟁 발발 직후 주식시장은 항상 폭락했습니다. 911 테러 때는 다우지수가 하루 만에 12% 빠졌고, 이번에도 코스피가 고점 대비 3일 동안 약 20% 가까이 급락했습니다. 저는 당시 개별 종목을 몇 개 들고 있었는데, 어떤 건 30% 가까이 떨어지는 걸 보면서 정말 심장이 철렁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1년 뒤 수익률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911 테러나 이라크 쿠웨이트 침공,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같은 사건 이후 12개월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대부분 플러스로 돌아서거나 최악의 경우에도 마이너스 3~10% 정도에 그쳤습니다(출처: JP모건 자산운용). 여기서 주목할 점은 초기 패닉이 지나면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는 점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때일수록 개별 종목보다는 ETF가 낫더라고요. 전쟁 초반에는 어느 기업이 직격탄을 맞을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저는 예전에 방산주 몇 개를 샀다가 전쟁 양상이 예상과 달라지면서 오히려 손실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이후로는 불확실성이 클 때는 시장 전체에 베팅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봐야 할 ETF
변동성이 심할 때 제가 항상 돌아보는 건 코스피200 ETF입니다. 우리나라 시장이 저평가됐을 때 개별 종목을 고르는 건 정말 어렵습니다. 어떤 종목이 제일 저평가됐는지 판단하려면 재무제표도 봐야 하고 산업 전망도 따져야 하는데, 솔직히 일반 투자자가 그걸 다 하기엔 시간도 부족하고 정보도 제한적입니다.
코스피200 ETF는 국내 대표 우량주 200개에 자동으로 분산투자되기 때문에 시장 평균 수익률을 따라갈 수 있습니다. 여기서 PER(주가수익비율)이나 PBR(주가순자산비율) 같은 밸류에이션 지표를 보면, 전쟁 직후 코스피가 급락할 때 이 수치들이 역사적 저점 근처까지 내려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직접 계산해보니 이번에도 PBR 0.8배 수준까지 떨어진 종목들이 꽤 있더라고요. 여기서 PBR 0.8배란 회사의 순자산 대비 주가가 20% 할인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두 번째로 주목할 건 금 ETF입니다. 이번 사태 때 금값이 온스당 2,900달러를 돌파하면서 안전자산으로서의 위력을 다시 한번 보여줬습니다. 저는 평소에 포트폴리오의 5~10% 정도를 금 ETF로 유지하는데, 이번에 그게 정말 도움이 됐습니다. 주식이 빠질 때 금이 오르면서 전체 낙폭을 줄여준 거죠.
금은 역사적으로 인플레이션 헤지(inflation hedge) 수단으로 활용됩니다. 인플레이션 헤지란 물가 상승으로 화폐 가치가 떨어질 때 자산 가치를 보전해주는 역할을 말합니다. 전쟁이 터지면 유가가 오르고 물가가 뛰는데, 이때 금이 같이 오르면서 보험 역할을 해주는 겁니다. 실제로 1970년대 오일쇼크 당시에도 금값이 10배 넘게 뛴 사례가 있습니다(출처: 세계금협회).
주요 금 관련 ETF 옵션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KRX금현물 ETF: 국내 금 현물 가격을 추종하며 환율 변동 영향을 적게 받음
- 골드선물 ETF: 해외 금 선물 가격을 추종하며 달러 강세 시 추가 수익 가능
- 금광주 ETF: 금광 기업들의 주식에 투자하여 금값 상승 시 레버리지 효과
실전 투자에서 놓치기 쉬운 것들
이론적으로는 다 맞는 말인데, 실제로 투자할 때는 또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제가 겪은 가장 큰 실수는 타이밍을 너무 재려고 했다는 점입니다. "좀 더 빠지면 사야지" 하다가 반등을 놓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특히 전쟁 같은 이벤트는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바닥을 정확히 잡으려는 시도 자체가 무의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분할매수 전략을 씁니다. 예를 들어 100만 원을 투자하려면 한 번에 다 넣지 않고 25만 원씩 4번에 나눠서 넣는 식입니다. 첫 번째 매수 후 더 빠지면 두 번째 매수로 평단가를 낮추고, 반등하면 첫 매수분으로 수익을 보는 구조죠. 이 방식은 DCA(Dollar Cost Averaging)라고 하는데, 시간 분산을 통해 변동성 리스크를 줄이는 기법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건 리밸런싱입니다. 금이 많이 올랐으면 일부를 팔아서 떨어진 주식 ETF를 사는 식으로 비중을 조정해야 하는데, 막상 오른 걸 팔기가 심리적으로 쉽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런 기계적인 리밸런싱이 수익률을 개선한다는 연구 결과가 많습니다. 저는 분기마다 한 번씩 포트폴리오를 점검하면서 목표 비중에서 5% 이상 벗어난 자산이 있으면 조정하는 원칙을 세워뒀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ETF 투자도 완벽한 방법은 아닙니다. 시장 전체가 무너지면 ETF도 같이 빠지고, 수수료와 보수도 계속 나갑니다. 하지만 개별 종목의 리스크를 감당하기 어렵고 시간이 부족한 직장인이라면, ETF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게 현실적인 선택지라고 생각합니다. 제 경험상 이런 위기 상황에서는 복잡한 전략보다 단순하고 원칙적인 접근이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시장을 이기려 하기보다 시장과 함께 가는 자세인 것 같습니다. 전쟁이 터지면 무섭고 불안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과거 데이터와 원칙을 믿고 차분하게 대응하는 게 장기 수익률에 도움이 된다는 걸 몇 번의 위기를 거치며 배웠습니다. 여러분도 이번 기회에 본인만의 투자 원칙을 한 번 정리해보시길 권합니다.